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된장뜨는날 윤달안에 손없는때 장독대에 담아봐요. 본문

일상 이야기

된장뜨는날 윤달안에 손없는때 장독대에 담아봐요.

행복한리치임 2023. 4. 21.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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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해에 담가 장맛이 좋은 집은 한 해 동안 근심걱정이 없고 집안일이 술술 잘 풀린다는 옛 조상님들의 의미가 담겨 있다고 하는 이야기가 지금까지 전해져 내려옵니다. 가정집에서는 가장 장을 담그기 좋은 때가 정월된장이라고 해요. 의미를 정확히 모르겠으나 엄마는 할머님이 가르쳐주신 대로 음력 정월이 넘어가면 큰일 나는 줄 아시고 된장 뜨는 때도 시기를 놓치면 맛없다고 느끼시기에 윤달이 끼어있는 음력 2월 안에 반드시 된장을 떠야 한다고 하십니다.

 

 

정월된장

 
양력으로 정확히 언제인지 모르겠으나 구정을 지나고 메주로 장을 담근다고 하시는 말씀을 들었으니 거의 60일은 지난것 같아요. 양력으로 1월만 지나면 한해 농사일을 계획하시면서 첫 번째로 항상 메주로 장 담그는 날 장 뜨는 날을 언제쯤으로 해야 할까? 봄 날씨 걱정에 꽃 피는 봄을 지내온 듯하답니다. 
 

 

 

간장물에 잠겨 있는 메주

 
봄에 담그는 된장은 대략 날씨와 온도에 따라서 45일에서 60일 사이 된장과 간장을 분리는 된장 가르기 작업을 많이 하시는것 같았어요. 엄마는 이렇게 된장을 담그거나 뜨는 때 항상 달력을 봐가면서 손없는날을 위주로 장을 담그기도 하시고 장을 뜨기도 하시는 것 같습니다. 무슨 의미인지 모르겠으나 온도의 영향을 많이 받는 건 확실해요. 간장물로 잘 변화가 생긴 건지 시커멓더군요.
 
 

 
 

메주를 부서지지않게 잘 건지기

물을 흐트리지말고 살살 메주를 통으로 잘 건져 올려 커다란 그릇으로 옮겨 놓습니다. 길쭉한 메주 여섯 덩어리가 건져졌어요. 이제 이걸 일일이 쪼개는 작업을 해야 한답니다. 은근 시간이 걸리네요.
 
 

 
 

메주 으깨기

그냥 으깨기만 하면 될것처럼 보여도 은근 손으로 계속 조물딱 거려가면서 콩알이 으스러지도록 해요. 처음엔 쉽게 생각했지만 점점 하다 보니 손목도 아프고 손가락에도 힘이 빠집니다. 쉬운 게 없다지만 엄마가 해주시는 정성이 보통이 아니었다는 걸 새삼 느낍니다. 모두 으깬 후 일반된장처럼 되직해지도록 간장물을 바가지로 3번 부어보고 김장양념 속을 섞듯이 골고루 섞어가면서 치댑니다. 그래도 되직해서 두세 번 더 부은 것 같아요.
 
 

 

 
메주가루와 고추가루 넣기

어느 정도 으깨져서 치대다가 메주가루를 넣고 치대요. 골고루 섞였다는 느낌이 들면 고춧가루를 또 넣고 치댑니다. 이때 골고루 섞어가면서 너무 뻑뻑하면 간장물을 조금씩 더 넣어서 양을 조절해요. 나이 들어서도 주변분들께 배워야 한다는 엄마는 이번 된장엔 아무것도 안 섞기로 하셨다고 합니다. 보리가루를 넣어봤더니 어디서 잘못된 건지 쉰 맛이 나서 못쓰겠다고 하시더군요. 이번엔 다른 분 레시피 공유 안 하고 본래의 원래 하던 식대로 하기로 했어요. 
 
 

 
 

된장 퍼담기

이렇게 만든 된장을 깨끗한 항아리에 다시 담습니다. 옥상위에 올려놓은 된장 항아리라서 햇빛을 잘 받다 보니 위의 된장은 꾸덕꾸덕하면서 색상이 진하고 아래로 내려갈수록 부드러운 쌈장처럼 되어 있어서 고추 찍어먹어도 좋고, 나물 무칠 때 된장양념으로 무치면 딱 좋겠더군요. 된장이 싱거우면 빨리 상하기 때문에 담그는 된장은 약간 짭조름한 맛이 나야 한다고 해요. 그 위에 벌레나 이물질 들어가지 말고 상하지 말라고 건조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소금단지로 꾹꾹 눌러놔 주십니다.
 
 

 
 
집집마다 된장을 담그는 방법은 엄청나게 많은 것 같더군요. 엄마의 손맛은 따라갈 수 없는 것 같습니다. 발효식품이기에 여느 음식처럼 그냥 일반적인 밥상에 올라가던 장류가 아니라 지금은 건강한 밥상에 올리기 위해 건강한 된장을 만들고 또 된장의 주재료인 콩에는 좋은 영양성분들이 많다고 하니 토종음식 만드는 걸 엄마한테 많이 배워야겠어요. 
 

 
옛날 할머니가 하셨던 방식 그대로 하니까 건강한 맛이 나오는 것 같습니다. 옥상계단을 오르내리면서 두 시간 넘도록 엄마의 된장레시피를 배운다는 게 심부름만 하다 오게 되었더니 여태껏 그냥 좋아라 받아먹는 된장맛에 엄마의 노고와 손맛이 살아있다는 생각에 고맙고 감사한 마음입니다. 엄마가 더 나이 드시기 전에 엄마음식, 엄마손맛 내는 방법을 많이 배워놓아야겠어요. 가끔 힘이 들 때는 엄마가 해주신 음식을 먹으면 힐링도 되고, 힘도 나고, 기분도 좋아지기 때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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